🧠 걷기와 인지 능력 향상: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
1. 걷기 운동이 뇌를 지켜준다는 말, 정말일까?
요즘 들어 부모님의 건강뿐 아니라 인지력 저하나 치매 예방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된다. 아마도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우연히 건강정보 채널에서 “걷기만으로도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물론 걷는 게 건강에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뇌 기능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뭔가 과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직접 논문과 연구들을 찾아봤고, 결과는 꽤 놀라웠다. 걷기 운동이 정말로 인지 기능 유지와 치매 예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하나둘씩 쌓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2. 걷기와 인지 능력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될까?
하버드 의대와 브리검 여성병원에서 공동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걷기 운동은 뇌의 해마(hippocampus) 영역을 자극하고, 그로 인해 기억력 및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는 대표적인 뇌 부위로, 특히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에서 가장 먼저 위축되는 영역이다.
실제 논문에서는 “Regular walking is associated with increased hippocampal volume in older adults.” (Erickson et a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1)라고 명시돼 있다.
걷기를 하면 뇌 혈류가 증가하고,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활발해지면서 뉴런 간 연결이 활성화된다. 또한 걷기 중에는 도파민, 세로토닌,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같은 신경 성장 인자들이 분비되며, 이는 뇌세포의 성장과 재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하루 30분 이상, 주 5회 이상 걷는 습관은 인지 저하 속도를 유의미하게 늦출 수 있다는 결과들이 다수의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3. 실제 치매 예방에 효과 있다는 근거는?
2022년 영국 옥스퍼드대와 런던정경대 공동연구팀은 약 7만 명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걷기 습관과 인지 저하 간의 상관관계를 장기간 추적했다. 이 연구에서 하루 평균 10,000보를 걷는 사람은, 4,000보 이하를 걷는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약 51% 낮았다고 발표했다 (Del Pozo Cruz et al., JAMA Neurology, 2022). 단순히 많이 걷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빠르게 걷는 속도(중간 강도 이상)**도 예방 효과를 높인다는 결론이었다.
또한, 미국 UCLA의 한 연구에서는 고령자 그룹에 걷기 습관을 6개월간 적용한 결과, 기억력 테스트와 언어 인지 능력 평가에서 평균 20% 이상의 향상이 나타났고, MRI 영상에서 뇌의 회백질 밀도 유지가 관찰되었다. 이는 뇌 기능 유지에 있어 걷기가 단순한 유산소 운동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4. 나의 일상 속 걷기 습관, 뇌 건강의 시작점
사실 예전에는 ‘운동은 몸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걷기가 몸뿐 아니라 뇌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습관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 특히 부모님께도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같이 걷기 습관을 들이자고 권해드렸더니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과학적으로 그렇게 좋다니까 신기하네”라는 반응을 들었다.
우리는 종종 건강에 도움되는 일은 어렵고, 꾸준히 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걷기는 그렇지 않다. 돈이 들지 않고,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으며, 그저 ‘지속’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루 30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주변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 그것이 미래의 나를 위한 최고의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건 단지 과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쌓여가는 과학적 증거가 말해주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