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 자연 속 걷기와 도시 속 걷기, 뇌파 반응의 차이에 대해서

by royaljhoon 2025. 4. 22.

🌲 자연 속 걷기와 도시 속 걷기, 뇌파 반응의 차이에 대해서


1. 걷는 장소에 따라 뇌가 다르게 반응한다?

요즘은 걷기 운동이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서 정신 건강까지 관리하는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 역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면 일부러 공원이나 산책길로 나가 걷는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같은 시간, 같은 속도로 걸었는데도 자연 속을 걸을 땐 훨씬 더 마음이 편안해지고, 걷고 난 후의 만족감이 크다는 걸 느꼈다.
이런 주관적인 경험이 단지 기분 탓이 아니라, 뇌파 반응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접하고 난 후, 이 주제를 꼭 정리해보고 싶었다.


2. 자연 환경이 뇌파에 미치는 진짜 영향

일본 지바대학의 심리환경학 연구팀은 숲길과 도심 거리에서 각각 20분 동안 걷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뇌파를 실시간 측정한 결과, 자연 환경에서는 알파파와 세타파가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이는 이완, 명상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파로 알려져 있다. 반면, 도심 환경에서는 뇌의 각성 상태를 나타내는 베타파가 더 높게 나타났다 (Park et al., “Physiological effects of Shinrin-yoku”, Public Health, 2007). 연구팀은 “자연은 뇌를 진정시키고 감정의 균형을 되찾게 해주는 매우 강력한 환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연구가 201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도 발표되었는데, 참가자들에게 도심과 자연 환경에서 각각 90분 동안 걷게 한 뒤 fMRI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자연 속을 걸은 그룹은 전측 대상회(ACC, 감정 조절 관련 부위)의 활성도가 낮아졌고, 이는 ‘반추적 사고(과도한 걱정)’가 줄어든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고되었다 (Bratman et al., “Nature experience reduces rumination and subgenual prefrontal cortex activation”, PNAS, 2015). 즉, 자연에서의 걷기는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라, 뇌의 스트레스 반응 회로를 직접적으로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3. 도시 속 걷기는 왜 덜 편안할까?

그렇다면 도시는 왜 상대적으로 뇌에 더 큰 자극을 줄까? 도시 환경은 소음, 시각 자극, 사람 밀집도, 차량 흐름 등 수많은 정보가 동시다발적으로 뇌에 입력되는 공간이다. 우리 뇌는 이를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이 과정에서 베타파 활동이 증가하면서 집중과 긴장을 유지하려는 반응을 일으킨다.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신경과학 연구소의 실험에서는, 도시 중심가를 걸을 때 감각 과부하로 인해 뇌의 전전두엽 활동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전두엽은 스트레스와 연관이 깊은 부위로, 장시간 자극되면 뇌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나 역시 강남대로 같은 번화가를 걸을 때는 오히려 머리가 더 복잡해지고, 걷고 나서도 ‘쉬었다’는 느낌보다 ‘지쳤다’는 느낌이 강했던 적이 많았다. 뇌는 환경에 따라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4. 걷기 장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

내가 자연 속 걷기를 선호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조용하고 예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서 진짜로 심리적 회복감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숲길이나 하천 주변을 걷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생각이 줄어들고, 마치 뇌가 ‘재정렬’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뇌파의 변화, 특히 알파파의 상승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도시 한가운데 살고 있다 해도, 가까운 공원이나 녹지 공간, 심지어 나무가 늘어선 인도 하나라도 자주 활용해보면 좋겠다. 걷는 시간을 단순히 ‘운동’이 아닌 심리 회복의 시간으로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걷는 장소를 바꾸는 것일지 모른다.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환경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뇌가 편안해질 때 비로소 내 감정과 기분, 집중력도 함께 회복된다.